본문 바로가기
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

이성선- 논두렁에 서서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8. 5. 16.








논두렁에 서서



이성선




갈아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





















 


'바람의 방(공개)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석남- 그리운 시냇가  (0) 2018.05.21
박성룡- 풀잎2  (0) 2018.05.19
윤한로- 소만(小滿)   (0) 2018.05.02
신혜경- 밥 한 그릇 속에는  (0) 2018.04.26
조성국- 운주사 와불  (0) 201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