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정호승
밥그릇을 들고 길을 걷는다
목이 말라 손가락으로 강물 위에
사랑한다라고 쓰고 물을 마신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고
몇날 며칠 장대비가 때린다
도도히 황톳물이 흐른다
제비꽃이 아파 고개를 숙인다
비가 그친 뒤
강둑 위에서 제비꽃이 고개를 들고
강물을 내려다본다
젊은 송장 하나가 떠내려오다가
사랑한다
내 글씨에 걸려 떠내려가지 못한다
'바람의 방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왜 그럴까, 우리는 (0) | 2019.06.25 |
---|---|
도종환- 혼자 사랑 (0) | 2019.06.25 |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0) | 2019.06.24 |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0) | 2019.06.24 |
도종환-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0) | 2019.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