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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고은- 눈길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8. 1. 18.








눈길



고은




이제 바라보노라.

지난 것이 다 덮여있는 눈길을.

온 겨울을 떠돌고 와

여기 있는 낯선 지역을 바라보노라.

나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눈 내리는 풍경

세상은 지금 묵념의 가장자리

지나온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설레이는 평화로서 덮이노라.

바라보노라 온갖 것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눈 내리는 하늘은 무엇인가.

내리는 눈 사이로

귀 기울여 들리나니 대지의 고백.

나는 처음으로 귀를 가졌노라.

나의 마음은 밖에서는 눈길

안에서는 어둠이노라.

온 겨울의 누리 떠돌다가

이제 와 위대한 적막을 지킴으로써

쌓이는 눈 더미 앞에

나의 마음은 어둠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