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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이대흠- 두만강 푸른 물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11. 4.








두만강 푸른 물



이대흠




파고다 공원에 갔지 일요일 오후 늙은 섹스폰 연주자가 온 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내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그 푸른 물 속에 섞이고 있었지 두 손을 꼭 쥐고 나는 푸른 물이

쏟아져 나오는 섹스폰의 주둥이 그 깊은 샘을 바라보았지

백두산 천지처럼 움푹 패인 섹스폰 속에서 하늘 한 자락 잘게 부수며

맑은 물이 흘러나오고 아아 두만강 푸른 물에 님 싣고 떠난 그 배는

아직도 오지 않아 아직도 먼 두만강 축축한 그 섹스폰 소리에

나는 취해 늙은 연주자를 보고 있었네 은행나무 잎새들 노오랗게

하늘을 물들이고 가을비는 천천히 늙은 몸을 적시고 있었지

비는 그의 눈을 적시며 눈물처럼 아롱졌어 섹스폰 소리 하염없을 듯

출렁이며 그 늙은 사내는 오래도록 섹스폰을 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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