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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김현승- 가을의 기도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10. 13.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기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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