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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7. 10. 4.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처음엔 흰 연꽃 열어 보이더니

다음엔 빈 손바닥만 푸르게 흔들더니

그다음엔 더운 연밥 한 그릇 들고 서 있더니

이제는 마른 손목마저 꺾인 채

거꾸로 처박히고 말았네

수많은 창(槍)을 가슴에 꽂고 연못은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네



바닥에 처박혀 그는 무엇을 하나

말 건네려 해도

손 잡으려 해도 보이지 않네

발밑에 떨어진 밥알들 주워서

진흙 속에 심고 있는지 고개 들지 않네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

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빈손이라도 잡으려나

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 무안의 회산 백련지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