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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도연명- 복사꽃 마을의 이야기와 시(桃花源記幷詩)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6. 9. 10.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복사꽃 마을의 이야기와 시(桃花源記幷詩)



도연명

정끝별 옮김, 해설



  




기(記)

 

진(晉)나라 태원(太元) 연간에 무릉(武陵)지방 사람이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하루는 시내를 따라가다가 길을 얼마나 멀리 왔는지 잊어버렸다.

홀연 복숭아 숲을 만났다. 시내의 양 언덕 수백 보 되는 땅 안에 다른 나무는 없고

향기로운 풀이 선뜻하고 아름다웠으며, 떨어지는 꽃잎이 펄펄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어부는 매우 이상하게 여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그 숲 끝까지 가 보려고 하였다.

 

 

숲은 시냇물의 발원지에서 끝나고 거기에 산이 하나 있었다. 산에는 작은 동굴 입구가

있었는데 빛이 나오는 것 같았다. 곧 배를 버리고 입구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매우

좁아서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만 하였다. 다시 수십 보를 가니 툭 트이며 밝아졌다.

토지는 평탄하고 넓었으며 가옥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고, 비옥한 밭과 아름다운 못과

뽕나무며 대나무 같은 것들도 있었다. 밭 사이의 길은 사방으로 통하고 닭과 개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그 가운데서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밭을 갈고 있었는데, 남녀의

옷차림이 모두 바깥세상의 사람들과 같았다. 노인과 어린이는 모두 기쁜 듯이 저마다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어부를 보고는 크게 놀라면서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어부가 자세히 대답해주자

곧 그를 초대하여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 술자리를 벌여 닭을 잡고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다.

    마을 사람들이 이런 사람이 와 있다는 것을 듣고는 모두 와서 바깥세상의 소식을

물었다. 그들 스스로 말하기를, “선조가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하여 처자식과

마을 사람을 이끌고 세상과 떨어진 이곳에 와서, 다시 나가지 않아 마침내 외부 사람과

단절이 되었다”하고는, “지금이 어느 시대요?”라고 물었다. 한(漢)나라가 있는지조차

모르니, 위진(魏晉)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부가 자기가 들은 것을 그들을 위해서

하나하나 자세히 말해주니, 모두 탄식하고 놀랐다. 나머지 사람들도 각기 또 어부를

초청하여 자기들 집으로 데리고 가서 모두 술과 밥을 내놓고 대접했다.



 며칠 머물다가

작별하고 돌아가려 하자, 이 마을 사람이“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말하지 마시오”하였다.

어부가 나와서 배를 찾아, 지난번의 길을 따라가면서 곳곳에 표시를 해 두었다.

군(郡)에 이르러 태수를 만나보고 이런 일이 있었음을 아뢰었다. 태수가 곧 사람을 보내

그가 가는 곳을 따라가 전에 표시해 둔 곳을 찾게 하였으나 끝내 길을 잃고 더 이상

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남양(南陽)의 유자기(劉子驥)는 고상한 선비다.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그 곳을

찾아갈 계획을 세웠으나, 실현하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들어 죽었다.

그 후로는 마침내 그 곳을 찾는 자가 없었다.

   

 


 

       

    




 

시(詩)

 

진시황(秦始皇)이 천하의 질서를 어지럽히자

어진 사람들은 그 난세를 피하였네

하황공(夏黃公)과 기리계(綺里季)는 상산(商山)으로 은거하고

도화원(桃花源)의 조상들도 떠났다네

지나간 자취는 점차 파묻혀 없어지고

도화원으로 왔던 길도 마침내 황폐해졌다네

서로 격려하며 농사일에 힘쓰고

해 지면 서로 더불어 돌아와 쉬었다네

뽕나무와 대나무는 짙은 그늘 드리우고

콩과 기장을 철따라 심었네

봄에는 누에에서 긴 실을 뽑고

가을에는 수확해도 세금이 없네

황폐한 길은 내왕하기에 흐릿하고

닭과 개만 서로 소리 내어 운다네

제사는 여전히 옛 법도대로 하고

복장도 새로운 모양이 없구나

아이들은 마음껏 다니면서 노래 부르고

노인들은 즐겁게 놀러 다니네

초목이 무성하면 봄이 온 것을 알고

나무가 시들면 바람이 매서움을 아노라

비록 세월을 적은 달력은 없지만

사계절은 저절로 한 해를 이루나니

기쁘고도 즐거움이 많은데

어찌 수고로이 지혜를 쓸 필요 있으랴

기이한 자취는 오백 년간 숨어 있다가

하루아침에 신선 세계를 드러냈네

순박함과 경박함은 본래부터 서로 달라

곧바로 다시 깊이 숨었네

세속의 사람들에게 묻노니

어찌 세속 밖의 일을 알 수 있으리오

원하노니 가벼운 바람 타고

높이 날아올라 나와 뜻 맞는 사람을 찾고 싶네

 

    

 

 

 

   


  

(*** 고기를 잡으러 배를 타고 가던 어부가 우연히 발견한‘무릉도원(武陵桃源),

즉,‘도화원(桃花源)’은 동양적 이상향(理想鄕)의 상징이자,

동양적 상상력의 원천이었다.

 

 

훗날, 이백이「산중문답(山中問答)」에서 노래했던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도화유수(桃花流水)나..

 

안평대군의 꿈을 대신 그렸던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역시

이런 동양적 이상향을 그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