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이성부- 봄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6. 4. 8.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바람의 방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블라나 젤랄룻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0) 2016.04.25
김용택- 사랑  (0) 2016.04.24
박목월- 산도화1  (0) 2016.03.03
박목월- 이별가  (0) 2016.02.05
마종기- 꽃의 이유  (0) 201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