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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조지훈- 승무(僧舞)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5. 8. 26.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 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동양화가 김세원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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