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6-13.대종사(大宗師)
:의이자(意而子)가 허유(許由)를 만났는데(意而子見許由)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4.『장자산책』, 이아무개, 삼인)
의이자(意而子)가 허유(許由)를 만났는데(意而子見許由)
허유(許由)가 물었다.(許由曰)
"요(堯)가 자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던가?"(堯何以資汝)
의이자(意而子)가 대답했다.(意而子曰)
"요(堯)임금께서 제게 말씀하시길 (堯爲我)
'너는 모름지기 인의(仁義)를 극진히 여기고 (汝必躬服仁義)
시비(是非)를 분명히 밝혀라' 하셨습니다."(而明言是非)
허유(許由)가 말했다.(許由曰)
"그렇다면 자네는 뭐하러 왔는가?(而奚來爲軹)
요(堯)가 이미 인의(仁義)로 네 얼굴에 먹물 뜨는 형벌을 주었고(夫堯旣已黥汝以仁義)
시비(是非)로 코를 베어놓았거늘, (而劓汝以是非矣)
자네가 어찌 거칠 것 없이 자유롭고 변화무쌍한 道에서 노닐 수 있겠는가?
(汝將何以遊夫遙蕩恣휴轉徙之塗乎)
의이자(意而子)가 말했다.(意而子曰)
"비록 그렇다 해도 저는 그 언저리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雖然 吾願游於其藩)
허유許由가 말했다.(許由曰)
"그건 안 되네. (不然)
장님은 눈썹과 눈, 얼굴색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고 (夫盲者無以與乎眉目顔色之乎)
소경은 푸르고 누른 자수 무늬의 아름다움을 구경할 수 없네."(瞽者無以與乎靑黃黼黻之觀)
의이자(意而子)가 말했다.(意而子曰)
"무장(無莊)이 그 아름다움을 버리고 (夫無莊之失其美)
거량(據梁)이 그 힘을 버리고 (據梁之失其力)
황제(黃帝)가 그 지혜를 버린 것은 (黃帝之亡其知)
모두 道의 용광로에서 단련되었기 때문입니다.(皆在鑪捶之間耳)
조물주가 제 이마에 새겨진 먹물을 없애주고 (庸詎知夫造物者之不息我黥而)
베어진 코를 붙여주어 (補我劓)
다시 온전한 몸으로 선생님을 따르게 해 주실지 어찌 알겠습니까?"
(使我乘成以隨先生耶)
허유(許由)가 말했다.(許由曰)
"어허! 그럴지도 모르겠구나.(噫 未可知也)
그렇다면 내가 자네를 위해 대략 일러주겠다.(我爲汝言其大略)
나의 스승이여! 나의 스승이여!(吾師乎 吾師乎)
만물을 이루면서도 의로운 체 하지 않고 (䪡萬物而不爲義)
만세에 혜택을 베풀면서도 어질다 하지 않고 (澤及萬世而不爲仁)
태고(上古)보다 오래 되었어도 늙었다 하지 않고 (長於上古而不爲老)
하늘을 덮고 땅을 실어 (覆載天地)
만물의 형상을 깎고 새기지만 (刻雕衆形)
훌륭한 솜씨라고 뽐내지 않으시네.(而不爲巧)
이것이 나의 스승(道)이 노니시는 경지라네."(此所遊已)
▶
여기서 허유(許由)의 스승은 사람이 아닌, '무위자연의 道'다.
※'허유(許由)'는 요(堯)임금이 천하를 물려주겠다고 하자,
더러운 말을 들었다며 강물에 귀를 씻은 도가(道家)의 은자다.
※'경(黥)'은 묵형(墨刑)이니,
죄 지은 사람의 이마에 먹줄을 넣어 그 죄명을 새기는 형벌이다.
※'의(劓)'는 코를 베는 형벌이다.
※'무장(無莊)'은 옛날의 미인의 이름이며,
道를 들은 뒤로 자기의 아름다움을 의식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거량(據梁)은 장사의 이름이며,
道를 들은 뒤로 자신이 힘이 세다는 것을 잊었다고 한다.
(함부로 힘 자랑을 하지 않고, 수행에 전념하게 되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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