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이야기 내편(內篇) 2-17.제물론(齊物論)
:망량(罔兩)이 그림자(景)에게 물었다.(罔兩問景曰)
(참고문헌: 1.『장자(莊子)』, 김달진 옮김, 문학동네
2.『장자(莊子) 강의』, 전호근 옮김, 동녁
3.『장자(莊子)』,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망량(罔兩)이 그림자(景)에게 물었다.(罔兩問影曰)
"아까 그대는 걸어다니더니 지금은 멈춰있소.(曩子行 今子止)
아까 그대는 앉아있더니 지금은 서 있소.(曩子坐 今子起)
어찌 그토록 지조가 없는거요?"(何其無特操與)
그림자(景)가 대답했다.(景曰)
"아마도 내가 의지하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吾有待而然者邪)
내가 의지하는 것은(吾所待)
또 그것이 의지하는 무엇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又有待而然者邪)
나는 뱀 껍질이나 매미 날개에 의지하는 것일까?(吾待蛇跗蜩翼邪)
내가 어찌 그러한 까닭을 알겠으며(惡識所以然)
어찌 그렇지 않은 까닭을 알겠소?"(惡識所以不然)
※영(景)은 영(影)과 통하며 '그림자'를 말한다.
망량(罔兩)은 그림자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옅은 그림자이니, '그림자의 그림자'다.
이 '망량(罔兩)'이 '그림자(景)'에게 대뜸 묻는다.
" 당신은 어째 그렇게 자신의 주관이 없는가?
뚜렷한 주체성을 갖추고 확실하게 걷든가 확실하게 앉아라."
그러자 그림자(景)는 능청스레 대답한다.
"글쎄다. 내가 어찌 걷는 까닭을 알 수 있으며, 어찌 앉는 까닭을 알 수 있겠느냐?
나는 그저 내가 '의지하는 데(所待, 원인, 실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서 움직일 뿐이다.
내가 의지하는 그것은 또 다시 '의지하는 데(所待, 원인, 실체)'가 있어서 그것을 따라서 움직일 뿐이다.
나는 비록 그 '의지처(依支處, 所待, 실체)'를 알지 못하지만, 묵묵히 따를 뿐이다."
※ 그림자는 물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서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 그림자는 '무위(無爲)'하다.
여기서 그림자는 허상(虛像)이 되고, 물체는 실체(實體, 원인)가 된다.
이것은 그 '허상(虛像, 夢, 幻)들의 대화'다.
뱀 그림자는 뱀 껍질(뱀의 몸)에 의지해서(待) 따라 다닌다.
뱀 그림자는 허상이고, 뱀 껍질이 실체(원인)다.
그러다가 뱀이 뱀 껍질(허물)을 벗어버리면 어떻게 되나?
뱀 껍질은 허상이고, 뱀의 몸이 실체다.
그런데 그 뱀은 또 무엇에 의지해서(待) 다니는가?
뱀은 자연의 본능과 감각에 의지해서 다닌다.
즉, 자연(自然)에 의지해서 다닌다.
결국 뱀은 허상이고, 자연(自然)이 실체가 된다.
자연(自然)이란 '스스로 그러한 것'이어서 그 의지처가 없다.
※ 결국 '자연(自然)의 입장'에서 보면..
뱀의 본능과 감각도, 뱀 껍질도, 뱀 그림자도 모두 실체가 아니다.
태어났다가 죽는,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꿈(虛像, 夢, 幻)'과 같은 것이다.
실체(實體, 원인, 根, 本, 道)의 입장에서 보면
실체가 아닌 모든 것은 다 '허상(虛像, 夢, 幻)'일 뿐이다.
그러나 뱀의 본능과 감각도, 뱀 껍질도, 뱀 그림자도 모두 다 자연(自然)에서 온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사람의 몸도, 사람의 그림자도 다 자연(自然)에서 온 것이다.
장자(莊子)는 이 '궁극적인 원인, 궁극적인 실체, 궁극적인 의지처(依支處)'를
'자연(自然)'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道'라고 부른다.
그것은 '스스로 그러한 것(自然)'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道의 작용을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의지하고 따를 뿐이다.
※ 장자(莊子)에 의하면.. '모든 사물은 道의 그림자다. 道의 꿈이다.'
여기서 질문하는 '망량(罔兩)' 도 또한 '그림자(景)'에 의지해서 움직이는 존재다.
그림자가 물체를 따라 움직이면
그림자의 옅은 그림자는 그 그림자를 따라서 움직인다.
그런데도 망량(罔兩)이 자신의 분수를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묻고 비난한다는 장자(莊子)의 이야기 설정이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과연 이 망량(罔兩)과 같은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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