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주(將進酒, 술을 권하며)
이백(李白, 701년~762년, 당나라 )
문태준 옮김, 해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黃河)의 저 물 천상(天上)에서 내려와
세차게 흘러 바다에 곧 이르면 돌아오지 않음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고귀한 집(高堂) 속 밝은 거울을 대하고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푸르던 실 같던 머리카락 저녁 되니 어느덧 흰 눈이어라.
인생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모름지기 즐길 것이니
황금 술통을 달빛 아래 그대로 두지 말라.
하늘이 이 몸 낳으셨으매 반드시 쓰일 곳 있음이려니
천금(千金)은 다 써 흩어져도 다시 생기는 것,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즐길 것이니
한 번에 삼백 잔(三百杯)은 마셔야지,
잠부자(岑夫子),
단구생(丹丘生)이여!
술잔을 권하노니 그대는 사양하지 말라.
내 노래 한 곡조 부를 테니
그대들은 나를 위해 귀 기울여 들어나 보게.
풍악과 맛나는 음식은 귀할 것 없고
원하는 것은 길이 취해 깨어나지 않는 일.
고래(古來)로 모든 성현(聖賢)들은 다들 사라져 없고
술꾼만이 그 이름을 남겼지.
진왕(陳王)은 그 옛날 평락관(平樂觀)에서 연회를 열 때
한 말에 만 전(十千) 술로 즐기었나니
주인이여, 어찌하여 돈이 모자란다고 하는가.
곧장 술을 사다가 함께 마실 일.
오화마(五花馬),
천금구(千金구)가 있다네.
아이를 불러 시켜 좋은 술과 바꾸게 하여
그대와 함께 만고(萬古)의 이 시름(愁)을 잊어보리라.
* 오화마(五花馬): 다섯가지 빛깔을 가진 아름다운 말
* 천금구(千金구: 여우가죽으로 만든 값비싼 옷
*** 이백(李白)의 시에서 '술'은 세상의 근심을 잊게 해 주는 수단이다.
그의 근심은 어디서 온 것인가?
이백(李白)은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기질을 가졌으며..
노장(老壯)사상의 영향을 받아 ‘유선시(遊仙詩)’를 많이 지었다
한때, 당(唐) 나라 현종의 부름을 받고 잠시 한림원에서 궁중생활을 했으나,
광음(狂飮)과 만취로 인한 술주정과 기행(奇行) 때문에
결국 관료사회의 반감과 질투를 사 궁을 떠나야 했다.
이백(李白)은 '안녹산의 난(亂)' 때, 영왕의 편에 가담했다.
그러나 영왕이 당 숙종에게 패하여 살해되면서,
그 또한 역모로 몰려 죽을 고비를 맞았고, 이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러한 삶의 고단한 역정 때문인가?
이백(李白)의 시(詩)에는 흐르는 물과 봄꿈과 같은
'인생사의 덧없음과 허망한 마음', 그로 인한 '슬픔'이 담겨 있으며,
그는 이 시름(愁)을 술로써 달랬다.
(이백 李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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