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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공개)/詩,노래하는 웅녀

심훈- 그날이 오면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6. 8. 15.







 

그날이 오면



심훈(1901~1936)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이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호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曺)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기어

커다란 북(鼓)을 만들어 둘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