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98.
(공생 이승헌)
현대사회에서 소득 수단을 갖기 위해 직접 공장을 운영하거나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다.
주식이라는 매우 간편한 수단이 있어서 누구나 자신의 여력만큼 소득 수단을 가질 수 있다.
더욱이 지금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편리한 도구들이 많아서 작은 규모로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한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해서 국민 1인당 평생 소요되는 복지 예산의 일부를 각 개인에게 출생과 동시에 일정 금액이 예입된 투자 계좌를 만들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계좌는 소유자가 일정한 연령이 될 때까지는 국민연금처럼 국가에서 관리하고 일정 연령이 되었을 때 관리권을 개인에게 넘겨준다.
전 국민을 수혜자로 하는 복지 기금을 정부에서 투자 재원으로 관리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한국의 국민연금이나 미국의 사회보장기금이 모두 그러하다. 새로운 점은 이 프로그램의 참여자격이다.
직업을 갖고 소득을 내기 시작했을 때 의무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국민의 기본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 계좌가 평생 동안 복지 보장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관리권을 넘기기 전에 경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면 좋을 것이다.
또 수혜 자격을 유지하려면 최소한도의 잔고를 유지하도록 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자본시장을 가진 국가에서 주식 투자의 수익률은 연평균 10%를 웃돈다. 가장 대표적인 주식시장 지표인 S&P500을 기준으로, 공식기록을 시작한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평균치다.
한국의 경우 연간 변동 폭이 크기는 하지만 1981년 이후 40년을 기준으로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은 11%이다.
이보다 보수적으로 예상하여 수익률을 8~9% 정도로 잡아도 신생아가 성년이 될 때는 최초 예입금의 5배가 넘는다.
예를 들어 신생아의 출생과 동시에 2천만 원이 예입된 투자 계좌를 만들어 준다고 하자.
연평균 주식투자율을 8%로 가정하고 20년간 수익금 전액을 재투자한다면 이 아기가 성년이 되는 20세에는 1억에 가까운 금액이 만들어진다. 성년으로서 삶을 시작할 때 1억 원 정도의 자금이 있다면 무엇을 하더라도 여유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신생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국의 신생아 수는 2021년 기준으로 26만 명을 조금 넘는다. 이들 모두에게 2천만 원씩 지급하면 총 금액은 약 5조 2천억 원이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 정부의 1년 전체 예산은 600조 규모이고, 복지 예산은 200조가 조금 넘는다. 1년 복지 예산의 2.6%, 총 예산의 0.85% 정도를 사용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는 모든 신생아에게 기초 소득원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들이 성년이 될 때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갖는다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초기에 이렇게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각 개인들에게 생애 동안 지불되는 총 복지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젊은 부부들에게 자녀의 미래에 관한 불안감을 덜어주고 출산을 장려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인구 절벽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