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의 방/지구에서의 나날들

줄을 끊어야 합니다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21. 1. 17.

 

 

 

 

 

 

 

대륙을 횡단하던 여객기가 기관 고장과 연료 부족으로 광활한 사막에 불시착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여객기 밖으로 나왔다.

이글거리는 태양빛 아래 달궈진 모래밭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었다.

조종사가 구조 요청을 보내기 위해 무전기를 두드렸으나, 아무런 회신도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싣고 가던 식량과 음료수를 아껴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

그리고 비행기 잔해를 기점으로 하여 여러 명씩 조를 짜서 혹시 근처에 있을 부락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른 새벽, 부서진 비행기 안에서 잠을 깬 사람들은 두서너 명씩 짝을 이뤄 근처를 돌아보았다.

그러다가 어둑해질 무렵이 되면 다시 비행기로 돌아오곤 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지나고 식량과 물은 바닥이 났다.

물이 없는 이상,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사막을 여러 방향으로 뒤지고 다녔지만, 헛수고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여러분, 여기서 이러고 있다간 결국 우리 모두 죽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 밤마다 비행기로 돌아오곤 하는데, 저는 이 비행기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조난지점으로 돌아와선 안 됩니다. 이제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기서 떠나 다행히 인가를 발견하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 이대로 있다간 죽음 뿐입니다."

 

다음 날, 비행기는 불에 활활 타올랐다.

힘껏 손을 맞잡은 사람들은 서너 명씩 헤어져 길을 떠났다.

이제 그들이 돌아올 곳은 없었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사막을 헤매고 다녔다.

또 며칠이 흐르고, 사람들은 드디어 오아시스가 있는 마을을 발견했다.

기쁨에 찬 사람들은 주민들이 내민 물로 목을 축였다.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 과거를 잇고 있는 줄을 끊어버릴 때라야 비로소 새 삶의 지평이 보이는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좋은 생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