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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방/詩,노래하는 웅녀

고형렬- 밤 미시령

by 하늘꽃별나무바람 2016. 12. 26.








밤 미시령



고형렬




저만큼 11시 불빛이 저만큼

보이는 용대리 굽은 길가에 차를 세워

도어를 열고 나와 서서 달을 보다가

물소리 듣는다

다시 차를 타고 이 밤 딸그락,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 듯

시동을 걸고

천천히 미시령으로 향하는

밤 11시 내 몸의 불빛 두 줄기, 휘어지며

모든 차들 앞서 가게 하고

미시령에 올라서서

음, 기척을 내보지만

두려워하는 천불동 달처럼 복받친 마음

우리 무슨 특별한 약속은 없었지만

잠드는 속초 불빛을 보니

그는 가고 없구나

시의 행간은 얼마나 성성하게 가야 하는지

생수 한 통 다 마시고

허전하단 말도 저 허공에 주지 않을 뿐더러

- 그 사람 다시 생각하지 않으리

- 그 사람 미워 다시 오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