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야몽秋夜夢
만해 한용운
가을밤 비소리에 놀라 깨니 꿈이로다
오셨던 님 간 곳 없고 등잔불만 흐리구나
그 꿈을 또 꾸라 한들 잠 못 이루어 하노라.
야속다 그 비소리 공연히 꿈을 깨놓아
님의 손길 어디 가고 이불 귀만 잡았는가
베개 위 눈물 흔적 씻어 무삼하리오.
꿈이어든 깨지 말자 백 번이나 벼렀건만
꿈 깨자 님 보내니 허망할 손 맹서로다
이후는 꿈은 깰지라도 잡은 손은 안 놓으리라.
님의 발자취에 놀라 깨어 내다보니
달 그림자 기운 뜰에 오동잎이 떨어졌다
바람아 어디가 못 불어서 님 없는 집에 부느냐.
(만해 한용운)
'바람의 방(공개) > 詩,노래하는 웅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0) | 2015.10.13 |
---|---|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0) | 2015.10.09 |
만해 한용운- 그를 보내며 (0) | 2015.10.06 |
무위당 장일순- 화목 (0) | 2015.10.02 |
황동규- 즐거운 편지 (0) | 2015.09.30 |